문의현령(文義縣令) 보강(寶岡) 황공(黃公)의 묘갈명(墓碣銘)
 공(公)의 성(姓)은 황씨(黃氏)요 휘(諱)는 영하(永河)이나 처음 휘(諱)는 계하(啓河)였으며 자(字)는 성운(聖運)이요 호(號)는 보강(寶岡)이니 그의 선대(先代)는 신라 때에 중국(中國) 한(漢)나라의 학사공(學士公)인 휘(諱) 낙(洛)이 처음 평해(平海)에 왔기 때문에 평해(平海)를 관향(貫鄕)으로 하였다. 고려조(高麗朝)에 이르러 벼슬이 태자검교(太子檢校) 금오장군(金吾將軍)이었던 휘(諱) 온인(溫仁)이 세대(世代)를 기산(起算)하는 선조(先祖)이다.
 휘(諱) 우정(友情)의 벼슬이 군기소윤(軍器少尹)이고 휘(諱) 유중(裕中)은 벼 슬이 문하시중(門下侍中)이며 이 후로는 위대한 공훈(功勳)과 높은 덕망(德望)이 있는 분이 대대로 끊이지 않았으며 이씨조선(李氏朝鮮)에 들어와서 고조부(高祖父)인 응청(應淸)은 호가 대해(大海)이며 진사(進士)로서 효행(孝行) 때문에 정려(旌閭)가 내려지고 진보현감(眞寶縣監)이 제수되었으며 명계서원(明溪書院)에 제향되고 있다. 증조(曾祖)의 휘는 거일(居一)이니 호(號)는 명계(明溪)이며 공조참의(工曹參議)에 증직(贈職)되었고 조부(祖父)의 휘(諱)는 중신(中信)이니 호(號)는 노암(魯庵)이며 생원(生員)으로서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의 문하에 유학하였고 병자호란(丙子胡亂) 때에 의병(義兵)을 일으킨 사실은 영양사난록(永陽四難錄)과 군지(郡誌)에 실려 있다.
 아버지의 휘(諱)는 연(𨬔)이며 호는 죽람(竹覽)이니 인조(仁祖) 14(十四)년 병자(1636(一六三六))에 생원시(生員試)에 합격하여 순릉참봉(順陵參奉)에 제수(除授)되었으며 경진년(1640(一六四○))에 별시(別試) 문과(文科)에 급제하여 사간(司諫) 벼슬에 오르고 숙종(肅宗) 6(六)년 경신(1680(一六八〇))에 특별히 자헌대부(資憲大夫)의 품계(品階)로 이조판서(吏曹判書)에 증직(贈職)되었다.
 어머니는 정부인(貞夫人)에 증직(贈職)된 전주최씨(全州崔氏)이니 예조참판(禮曹參判)에 증직(贈職)된 경구(慶九)의 따님이며 생부(生父)인 혜(鏸)는 정묘재란(丁卯再亂) 때에 의병(義兵)을 일으켰고 생가(生家)의 어머니는 월성이씨(月城李氏)이다. 공(公)이 광해(光海) 13(十三)년 신유(辛酉)(1621(一六二一))에 출생하여 백부(伯父)인 연(𨬔)의 후사(後嗣)로 입계(入系)했으며 진사(進士)로서 병술년(丙戌年)(1675(一六七五))에 별시(別試)의 문과(文科)에 급제하여 벼슬이 수찬(修撰)에 올랐다가 통훈대부(通訓大夫)의 품계로 문의현령(文義縣令)이 제수되었다. 숙종(肅宗) 12(十二)년 갑인(甲寅)(1686(一六八六)) 3(三)월 7(七)일에 향년 66(六十六)세로 졸(卒)했으며 묘는 화북(華北) 죽립동(竹立洞)의 목구랑곡(木口郞谷)의 왼편 중봉(中峯)의 경좌(庚坐)에 있다.
 배위(配位)는 숙부인(淑夫人)인 청풍김씨(淸風金氏)로서 우의정(右議政)에 증직(贈職)된 구(溝)의 따님이며 기미년에 출생하고 갑자년 12(十二)月 13(十三)일에 졸(卒)하니 향년이 66(六十六)세였으며 묘는 공(公)의 묘 아래에 부장(祔葬)되었다. 아들 수길(壽吉)은 호(號)가 청재(淸齋)이며 진사(進士)로서 청주목사(淸州牧使)에 제수되었고 손자 인묵(仁默)은 통덕랑(通德郞)이며 증손(曾孫)인 운동(運東)은 호가 죽림(竹林)이니 통훈대부(通訓大夫)의 품계(品階)로 영릉현령(永陵縣令)이었으며 다음은 운남(運南)과 운성(運成)이다. 운동(運東)의 아들은 치만(致萬)과 치관(致寬)과 치발(致發)이며 운남(運南)의 아들은 치술(致述)이고 자(字)는 석윤(錫允)이며 호(號)는 단곡(丹谷)이다 통덕랑(通德郞)의 품계(品階)로 명릉참봉(明陵參奉)에 제수(除授)되었다. 운성(運成)의 아들은 치진(致進)이며 그 이하는 기록하지 않는다.
 공(公)의 떳떳했던 행적(行蹟)은 마땅히 후세에 전해져야 될 것인데 병화(兵火)를 여러번 겪어서 한 글자도 구(救)해 내지 못했으니 어찌 기송(杞宋)의 탄식이 아니겠는가. 후손(後孫) 만수(萬洙)씨와 두환(斗煥)씨와 세대(世代)가 더 멀어지면 증거를 밝히기 어려울까 두려워서 비석(碑石)을 세우기로 합의하고 문중의 공의(公議)에 따라 나를 찾아와서 묘갈명(墓碣銘)을 부탁하는데 내가 말이 가볍고 글이 짧아 이 일을 감당하지 못하지만 그 어진 후손의 간곡한 정성에 감동되어 보첩(譜牒)에 실려 있는 세계(世系)와 벼슬의 품계(品階)를 보고 감히 찬술(撰述)은 못되지만 기암(箕庵) 김공(金公) 헌주(獻周)가 지은 죽람공(竹覽公)의 행장(行狀)을 증거로 믿어 명(銘)을 말하노니
平海長江 평해(平海)의 긴 강(江)이
大河日瀧 대하(大河)가 되어 날로 여울져 흐른다.
惟忠以孝 오직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니
詩禮文窓 시례(詩禮)의 글을 하는 가문이로다.
羅歷鮮及 신라(新羅)를 비롯하여 조선조에 이르도록
簪纓旭邦 고관대작(高官大爵)이 나라를 빛내었다.
慈孫盛都 자애(慈愛)로운 후손이 번성하여서
慕祖誠腔 선조를 빛내는 정성스런 마음으로
刻石于墓 묘도(墓道)에 비(碑)를 새겨 세우니
芳香陟降 꽃다운 향기에 혼령이 오르내리리라.

  을유(乙酉)년(1945(一九四五)) 광복된 뒤 기미년(己未年)(1979(一九七九)) 10월(十月) 그믐날 성균관(成均館)의 전학(典學) 광주(光州) 노한용(盧漢容) 삼가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