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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26

사동기(沙銅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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沙銅記
自眞珠而仙槎而箕城緣海而南雖無名山大川瑰麗絶特之觀而關東淸淑 之氣於是焉窮氣之所窮盛而不過必蜿蟺扶輿磅礴鬱積者固其所也余之 初謫其也由望洋亭而南可六七里過所謂沙銅者見其岡巒邐迤如伏而起 如躍而趍如鸞翔鳳翥環拱回抱而成一洞府心竊奇之以爲蜿蟺扶輿磅礴 鬱積之氣必鍾於物鍾於人而物不能獨當又必有魁偉才俊之士生其間及 見黃內翰尊府公白髮脩眉韶光滿面胸無畦畛和氣充然知其能有子而有 家也越二年夏內翰以秋部員外來省親一日訪余焉員外之中乙酉科也余 添爲座主己知富於文詞而猶未得其爲人及其相遇於斯留十數日與之披 露心腹服其文義之
卓然器量之宏偉然後始信蜿蟺扶輿磅礴之鍾於人者不在於他人而在於 員外也員外甞搆堂於沙銅山西馬嶽之下以爲奉侍杖屨之所余甞升堂而 望焉山不奇而秀且佳洞不邃而寬且長高者突然成阜下者頹然成陂湥者 爲溪澗窐者爲畦隴而茫茫大洋常在衽席之下漁村蜑戶隱暎沙際釣艇鷗 鷺來往浦口眞勝觀也至於淡粧幽香碧玉琅玕蒼髯白甲虬卵金丸環擁羅 列於在右則雖無絲竹管絃之鬧亦足以供一堂之樂也吾觀員外公年尙少 尊府公纔踰耳順康健無𧏮其不可捨簪笏而眷戀于此也審矣蜚英 昭代 正色立朝上以獻贊 冕旒下以展布所學使湖山淸淑之氣轉以爲 國家 之元氣然後歸來是堂之中釀秫酒釣銀鱗與諸婦諸孫歌呼於尊府公之膝 下則洞之溪山景物一草一木無不欣欣於壽席之前矣抑淸淑之氣雖出於 天地山川之所鍾而其培養作成則在於人苟能因吾之所受而善養而振作 之俾不至於餒之間斷則人才之蔚然繼出可卜也將見芝蘭玉樹參差交暎 於員外之庭而黃氏之福盖未艾也黃君其勉之洞之以沙銅名取於山也馬 嶽根於白巖而東袤五十餘里面海而蹲川出馬嶽之西北而流于海海口有 孤山山北有浦西京其名也
  月日鵝溪記


사동기(沙銅記)
 진주(眞珠)로부터 울진(蔚珍)으로 또 기성(箕城)에 이르기까지 바닷가를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비록 명산대천(名山大川)과 매우 아름답고 특출한 경관(景觀)은 없어도 관동(關東)의 청숙(淸淑)한 기운이 여기에 다했으니 그 청수한 기운이 다하여 지낼 수 없는 데에는 반드시 산세(山勢)의 굴곡(屈曲)해 내려오는 상서로운 기운이 하나로 뭉쳐 막혀진 것이 바로 그 곳 사동(沙銅)이다.
 내가 처음 기성(箕城)으로 귀양살이를 올 때에 망양정(望洋亭)을 거쳐 남쪽으로 6~7리(六七里) 쯤 지난 곳에 이른바 사동(沙銅)이란 마을이 있었다. 그 산세(山勢)를 보면 줄지어 있는 모양이 기복(起伏)이 심하고 뛰는 듯하다가 달리는 듯하며 난새(鸞)와 봉황이 날개를 벌려 둘러 안은 듯한 곳에 한 마을이 형성(形成)된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기이(奇異)하게 생각하여 산세(山勢)가 굴곡하며 내려오는 상서(祥瑞)로운 기운이 하나로 뭉쳐진 기(氣)가 반드시 물체(物体)에 모아지고 또 사람에게 모아지는 것인데 물체가 그 기(氣)를 홀로 차지할 수 없고 또한 반드시 기골이 장대(壯大)하고 재주가 뛰어난 선비가 그 마을에 난 사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후에 한림원(翰林院)의 황학사(黃學士)의 어른을 뵈오니 머리는 백발(白髮)인데 눈썹은 길고 화사한 빛이 얼굴에 가득하며 가슴에는 가득 화기(和氣)가 차 있는 듯하여 그분에게는 좋은 자제(子弟)도 있고 가문(家門)도 좋으리라 생각했었다.
 2(二)년을 지난 여름에 황학사(黃學士)가 형조(刑曹)의 원외랑(員外郞)벼슬에 있으면서 양친(兩親)을 뵈오러 고향에 왔다가 하루는 나를 찾아 주었다.
 황원외(黃員外)가 을유년(乙酉年) 과거(科擧)에 합격할 때에 내가 욕되게도 시관(試官)으로 있었기 때문에 황원외(黃員外)의 문사(文詞)가 풍부(豊富)하다는 것은 벌써 알았지만 오히려 거의 사람됨을 알지 못했는데 그와 여기에서 서로 만나 10(十)여일을 지내는 동안에 그와 더불어 흉금을 헤치고 언론(言論)하는 가운데 그의 문의(文義)가 뛰어나고 기량(器量)이 넓고 큰 것에 탄복한 연후에 비로소 산세(山勢)가 굴곡(屈曲)하여 내려오는 상서(祥瑞)로운 기운이 하나로 뭉쳐져 사람에게 모아진 것이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황원외(黃員外)에게 있음이었다.
 황원외(黃員外)가 일찍이 사동(沙銅)의 서쪽 마악산(馬嶽山) 밑에 당(堂)을 지어서 모시고 있는 어른의 거처(居處)하실 곳으로 삼았었는데 내가 일찍이 그 당(堂)에 올라서 바라보니 산이 기이(奇異)하지는 않으나 빼어나고 또 아름다우며 마을이 깊숙하지는 않으나 넓고 또 길며 높은 곳은 돌출(突出)하여 언덕이 형성(形成)되었고 낮은 곳은 무너진 듯 비탈이 되었으며 깊은 곳은 개울이 되었고 그윽한 곳에는 밭 두둑이 되었으며 넓고 넓은 큰 바다가 항상 침실(寢室)의 아래에 있으며 어촌(漁村)의 자그마한 집이 백사장(白沙場) 가에 은은하게 비쳐오며 어선(漁船)과 갈매기가 포구(浦口)에 오고 가니 참으로 명승지(名勝地)의 경관(景觀)이다.
 당(堂)의 주위에는 곱게 핀 꽃이 향기를 뿜고 벽옥(碧玉) 같은 대나무가 무성하고 노송(老松)이 좌우를 둘러싸며 나열(羅列)해 있으니 비록 관현악(管絃樂)이 울리는 풍류가 떠들썩하지 않아도 또한 한 당(堂)의 즐거움을 제공하기에는 충분하다. 내가 보기에는 황원외(黃員外)는 나이가 아직 젊고 어른도 겨우 60(六十)세를 넘어서 건강하시고 병이 없으니 그는 벼슬을 버리고 이곳을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할 것이 없음이 분명하다.
 세상이 밝게 다스려지고 있는 이 때에 진지(眞贄)한 낯빛으로 조정(朝廷)에 나아가서 위로는 임금님의 성치(聖治)를 돕고 아래로는 배운 학문(學問)을 펼쳐 호산(湖山)의 숙기(淑氣)를 국가(國家)의 원기(元氣)로 돌린 연후에 이 당(堂)으로 돌아와서 차조(찰기가 있는 기장) 술을 빚고 물고기를 낚아 여러 며느리와 여러 손자들과 더불어 존부공(尊府公)주1의 슬하(膝下)에서 시가(詩歌)를 부른다면 산천(山川)의 경물(景物)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도 그 수석(壽席)의 앞에서는 싱싱하게 즐거운 듯하리라.
 그러나 청숙(淸淑)한 기운이 비록 천지(天地)와 산천(山川)의 기(氣)가 모아진 것이지만 배양(培養)하고 작성(作成)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진실로 내가 받은 바를 잘 배양(培養)하고 진작(振作)시켜서 결핍(缺乏)이 생기고 간단(間斷)이 생기게 하지 않는다면 인재(人才)가 무성하게 계속하여 배출(輩出)될 것을 점(占) 칠 수 있다.
 장차 지란옥수(芝蘭玉樹)주2와 같은 훌륭한 자질(子姪)이 황원외(黃員外)의 가문(家門)에 충만함을 보리니 황씨(黃氏)의 복(福)이 대체로 끊어지지 않음이라. 황군(黃君)은 그것을 힘쓸지어다.
 마을을 사동(沙銅)이라 이름한 것은 산(山)에서 취(取)한 것이다. 마악산(馬嶽山)이 백암산(白巖山)에서 근원하여 동쪽으로 50(五十)여리(餘里)를 뻗어내려 바다에 직면(直面)하여 웅크린 듯 멈췄으며 하천(河川)은 마악(馬嶽)의 서북(西北)에서 발원(發源)하여 바다로 흐르는데 해구(海口)에는 고산(孤山)이 있고 고산(孤山)의 북쪽에 포구(浦口)가 있으니 서경(西京)이 그 이름이다.
  월(月) 일(日) 아계(鵝溪)주3가 기록하다.

주1. 존부공(尊府公): 남의 집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주2. 지란옥수(芝蘭玉樹): 남의 선량(善良)한 자제(子弟)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

주3.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의 호(號)

b-126.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5/06/07 07:11 저자 ssi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