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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009

임인대동보서(壬寅大同譜序) (19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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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寅大同譜序
余僑基川與錦溪先生嗣孫黃斯文宇鎭氏接隣盖因通家而誼尤篤也今夏 黃氏設譜所於錦陽精舍日與諸友乘閒一訪則丁乙家剞劂氏方齊會而致 力焉余適坐於堂見亭下一松圍大而不知幾抱幹直而不知幾尋偃蹇如虬 龍蒼鬱如姻雲盖其士厚而根深根深而葉茂故也仍感人之氏族亦類是而 心會焉黃氏之譜役幾訖宇鎭氏與其三從叔鶴周族人友英托余以一言弁 之友英即海月先生之后也念世契之重不敢辭然旣不能於言且世多有
譜族叔辭則吾無另語而終歸蹈襲遂以向之有感於亭松者取譬而告之猗 歟休哉黃氏之族也學士公諱洛自中國來箕城之越松此亭之松始托根於 越松歟其後或著代不直兄亡而弟及雖古昔不易之典而猶爲人家之不幸 也則抑類於稚松之困於蓬藋歟金吾公諱溫仁仍爲諸派之鼻祖此松之挺 幹而始大者也閱數世有檢校諱璡評理諱瑞大匡諱𤨭始支分而派別此松 之枝幹漸茂者也司藝諱瑾以直節名判書諱有定以淸德著正言諱玎以淸 白錄府尹諱鉉錦溪諱俊良大海諱應淸海月諱汝一諸先生俱以道德文章 顯一世而錦溪即溪門之高弟也則此松之偃蹇如虬龍者乎牧使諱原老襄 武諱希碩監察諱季夏繕工正諱震孫持平諱允元正郞諱允亨諸君子俱以 科甲宦業顯屢世而其後圭組多不盡擧則此松之蒼鬱如姻雲者乎於乎祖 先之積德累仁類松之土厚而根深也子孫之孝友敦睦類松之培殖而滋養 也程子曰修譜系立宗法以管攝天下人心蘇氏曰觀吾譜者孝悌之心油然 而生譜烏可己也通追乎祖先之積德累仁允勉乎後承之孝友敦睦則異曰 之繁衍昌大奚啻如亭松之閱千百歲而不改益茂者乎始譜與重刊顚末俱 在黃氏譜牒今不更贅而以取譬一轉語爲黃氏頌之盖勉之哉
  歲在壬寅仲秋上澣眞城李中麟謹撰


임인대동보서
 내가 풍기(豊基)에 우거(寓居)하여 금계(錦溪) 선생(先生)의 사손(嗣孫) 황(黃)사문(斯文) 우진(宇鎭)씨(氏)와 함께 이웃하여 살게 된 것은 통가(通家)로서 인연(因綠)하고 의(誼)가 더욱 돈독(敦篤)한 사이이다. 금년(今年) 여름에 황씨(黃氏)가 보소(譜所)를 금양정사(錦陽精舍)에 설치(設置)하고 보사(譜事)를 추진(推進) 중(中)인데 어느 날 여러 친우(親友)들과 함께 한가로운 틈을 타서 방문(訪問)한 즉 목판(木版)을 새기는 기술공(技術工)들이 가지런히 앉아 각판(刻版)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내가 마침 당상(堂上)에 앉아 정자(亭子) 아래 소나무 한 그루를 보니 둘레가 하도 커서 몇 아름이 되는지 알 수 없으며 또 줄기가 곧아서 몇 길이 되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기괴(奇怪)한 나무가지의 모양은 규룡(虬龍)과 같고 푸르고 빽빽한 솔잎은 연기와 구름 같으니 이는 그것이 흙이 비후(肥厚)하여 뿌리가 깊이 내려졌음으로 잎이 저와 같이 번성(繁盛)해진 탓일 것이다. 사람의 씨족(氏族)도 또한 이와 같아서 같은 혈통(血統)을 통(通)하여 마음으로 모임을 느끼는 것이다.
 황씨(黃氏)의 보사(譜事)가 거의 마치게 될 무렵에 우진(宇鎭)씨(氏)와 3종숙(三從叔) 학주(鶴周)와 그 족인(族人) 우영(友英)과 함께 나에게 서문(序文)을 부탁(付託)함으로 우영(友英)인 즉 해월(海月) 선생(先生)의 후예(後裔)로 나의 집과는 대대(代代)로 계호(契好)의 중(重)함이 있어 이를 생각할지라도 감(敢)히 사양치 못할 일이나 원래(元來) 말솜씨가 능(能)치 못할 뿐 아니라 황씨(黃氏)의 누차(累次) 보사(譜事)로 많은 서문(序文)들이 있은 즉 내가 다시 다른 말로 표현(表現)할 것이 없으며 결국 전에 하던 말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고 문득 생각하기를 지난날에 정송(亭松)의 느낌이 있었던 것을 비유로 취(取)해서 거(告)하노니 성(盛)하고 아름답도다. 황씨(黃氏)의 겨레여 학사공(學士公) 휘(諱) 낙(洛)이라는 어른께서 중국(中國)으로부터 동해안(東海岸) 평해(平海) 월송(月松)에 오셨으니 이 정자(亭子)의 소나무가 처음 뿌리를 월송(月松)에서 붙였는가? 그 후(後)에 혹 나타나는 세대(世代)가 바르지 못하여 형망이제급(兄亡而弟及)1)은 비록 옛날 바꾸지 못하는 법전(法典)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인가(人家)를 위하여 불행(不幸)이로다. 이것은 어린 소나무가 쑥대와 명아주에 시달려 곤경을 받는데 비유함인저 금오공(金吾公)의 휘(諱) 온인(溫仁)은 그로부터 모든 파(派)의 비조(鼻祖)가 되었으니 이는 소나무의 빼어난 줄기가 처음으로 크게 된 것이다. 두어 세대(世代)를 지나 검교(檢校) 휘(諱) 진(璡)과 평리(評理) 휘(諱) 서(瑞)와 대광(大匡) 휘(諱) 용(𤨭)이라는 3형제(三兄弟)분(分)이 있어서 처음으로 가지가 나누어지고 갈래가 갈라졌으니 이는 소나무의 가지와 줄기가 점점(漸漸) 무성하여진 것이며 사예(司藝) 휘(諱) 근(瑾)은 곧은 절개로써 이름이 높았고 판서(判書) 휘(諱) 유정(有定)은 맑은 청덕(淸德)으로써 세상(世上)에 들어났고 정언(正言) 휘(諱) 정(玎)은 청백(淸白)으로써 사책(史冊)에 기록(記錄)되었고 부윤(府尹) 휘(諱) 현(鉉)과 금계(錦溪) 휘(諱) 준량(俊良)과 대해(大海) 휘(諱) 응청(應淸)과 해월(海月) 휘(諱) 여일(如一) 등(等)의 모든 선생(先生)은 모두 도덕문장(道德文章)으로 온 세상(世上)에 들어났으니 금계(錦溪) 선생(先生)은 곧 퇴계문(退溪門)의 높은 제자(弟子)라 이는 소나무의 기괴(奇怪)한 모양의 규룡(虬龍)과 같은 가지가 아니였던가? 목사(牧使) 휘(諱) 원로(原老)와 양무공(襄武公) 휘(諱) 희석(希碩)과 감찰(監察) 휘(諱) 계하(季夏)와 선공정(繕工正) 휘(諱) 진손(震孫)과 지평(持平) 휘(諱) 윤원(允元)과 정랑(正郞)의 휘(諱) 윤형(允亨)의 모든 군자(君子)는 과거(科擧)와 벼슬로서 여러 대(代)로 들어났으며 그 뒤에도 벼슬한 이가 많으나 모두 다 들어 말할 수 없으니 이들은 곧 소나무의 푸르고 빽빽함이 연기와 구름 같은 것일까?
 오호(嗚呼)라 조선(祖先)의 덕(德)과 어짐을 쌓은 것의 소나무의 흙이 살찌고 두꺼워 뿌리가 깊이 내리는데 비유할진대 자손(子孫)의 효우돈목(孝友敦睦)함은 소나무의 북을 돋아 양분(養分)을 흡수(吸收)하는 것에 비유하리로다.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보계(譜系)를 닦는 것은 종법(宗法)을 세워 천하인심(天下人心)을 관섭(管攝)한다 하였고 소씨(蘇氏)가 말하기를 나의 족보(族譜)를 보는 사람은 효제지심(孝弟之心)이 유연(油然)히 생(生)하나니 보(譜)를 어찌 가(可)히 하지 않고 말겠으리요? 라고 하였다.
 조선(祖先)의 적덕누인(積德累仁)을 쫓으며 후승(後承)의 효우돈목(孝友敦睦)을 힘쓴 즉 다음날에 번연창대(繁衍昌大)함이 어찌 정송(亭松)의 천백년(千百年)을 지나도 끊이지 아니하고 더욱 번성(繁盛)한 것과 같을 뿐이랴! 처음 한 족보(族譜)와 두번째 한 족보(族譜)의 전말(顚末)은 모두 황씨(黃氏) 보첩(譜牒)에 있음으로 여기 다시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다만 비유를 취(取)하여 황씨(黃氏)를 위한 칭송(稱頌)으로 하노니 이에 힘쓸 것을 바라노라.
  세재(歲在) 임인(壬寅) 중추(仲秋) 상한(上澣) 진성(眞城) 이중린(李仲麟) 근찬(謹撰)

1)
형망제급(兄亡弟及): 형(兄)이 아들 없이 죽었을 때에, 동생이 형(兄) 대신(代身) 그 가통(家統)을 이음.
b-009.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5/06/01 23:29 저자 ssio2